Boris Cherny가 말하는 Claude Code와 엔지니어링의 미래
Boris Cherny: Claude Code & the Future of Engineering(Acquired Unplugged) 인터뷰를 한국어로 정리한 글입니다.
1. 왜 하필 코딩이었나
Claude Code는 의도된 게 아니라 사실상 우연이었습니다. 저는 2024년 말 Anthropic “Labs 팀”에서 시작했고, 초반엔 제 코드의 10~20%만 써줄 만큼 형편없었습니다.
- 제품 오버행. 모델 능력은 앞서는데 그걸 담아낼 제품이 없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코딩 도구라곤 자동완성 수준이었죠.
- 왜 코딩인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AI 안전 연구이고, 그러려면 모델을 실제 환경에서 봐야 합니다. 모델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언어가 곧 코딩이고요.
- 깔끔한 우주. 코딩은 작동하거나 안 하거나가 분명합니다. 컴파일되거나 안 되거나, 테스트를 통과하거나 못하거나, 정답과 오답의 경계가 또렷하죠. 아름다운 시는 무한히 쓸 수 있지만, 특정 문제를 푸는 올바른 코드는 그 수가 유한합니다. 모델을 통제된 조건에서 관찰하기에 더없이 깔끔한 실험 환경인 셈이죠.
- 부업으로 만든 도구. 저에게 dev tools는 늘 본업이 아닌 사이드 허슬(곁다리 부업)이었습니다. 제품을 만들다 불편해서 제가 쓰려고 만든 도구라야 진짜 쓸모가 있거든요. Claude Code도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 달라진 건 결국 모델이었다. 초기의 10~20%라는 한계를 푼 건 하네스 개선이 아니라 모델 자체의 도약이었습니다(5월 Sonnet 4, Opus 4 → 11월 Opus 4.5). 데스크톱, 모바일, Slack, GitHub 앱, Plan 모드는 그 위에 얹힌 것이고요.
- 코드량과 생산성이 함께 올랐다. 출시 후 Anthropic의 코드와 PR이 수백 %(1인당 약 3배, 지금은 더) 늘었습니다. 보통은 팀이 커지면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우리는 신규 입사자가 제 몫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몇 주에서 이틀로 줄었어요. “DB 쿼리 어떻게 해요?”의 답이 옆자리 동료가 아니라 “Claude 열어서 코드베이스에서 돌려봐, 쿼리용 skill이 있어”가 됐기 때문입니다.
2. “코드를 작성한다”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 추상화 계층의 상승
제가 보는 핵심은 코딩의 추상화 계층이 또 한 번 올라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드를 작성했느냐”는 질문의 의미는 시대마다 달랐습니다. 스위치 → 펀치 카드 → 어셈블리 → Fortran → Java → Python으로 추상화는 늘 올라왔고, 지금 일어나는 일도 이 연속선 위에 있습니다. 제 작업 방식이 1년 새 두 단계 도약했습니다:
- 1년 전. IDE에서 자동완성으로 직접 타이핑했습니다.
- 11월. IDE를 삭제했습니다. 한 달간 한 번도 안 열어서 그냥 지웠죠. 이때 코딩은 “Claude 5~10개를 병렬로 돌리며 프롬프트하기”였습니다.
- 지금. 또 올라갔습니다. 더 이상 Claude에게 직접 프롬프트하지 않습니다. 루프를 돌리고, 그 루프가 Claude에게 프롬프트하며 무엇을 할지 스스로 알아냅니다. 제 일은 “루프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올해 안에 모두가 겪게 될 다음 전환이라고 봅니다.
3. 엔지니어, PM, 디자이너의 경계가 사라진다 — 하나의 “빌더”로
추상화가 올라가면서 직무의 경계가 무너집니다. 우리가 채용에서 가장 찾는 건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입니다.
- 릴레이의 종말. 전통적으론 유저 리서처 → 디자이너 → PM → 엔지니어로 분업했습니다. 약 6개월 전부터 이 구분이 사라졌어요. 이제 모든 엔지니어가 스코핑, 사용자 인터뷰, 디자인, 데이터 분석을 직접 합니다.
- 빌더. 역할들이 하나로 녹아듭니다(Satya Nadella가 쓰는 표현이죠). 코드를 출시하는 디자이너, 재무 담당자, 비서실장도 있습니다. 꼭 엔지니어일 필요조차 없습니다.
- 저 자신도. 저는 늘 여러 모자를 써왔습니다(창업, 비즈니스, 리서치, 디자인). 저는 제품 만드는 것 자체를 사랑하지, 그게 꼭 엔지니어링 모자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비엔지니어까지. 직무 경계만 무너지는 게 아니라 사용자층도 넓어집니다. 사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분석에 Claude Code를 쓰기 시작했고, 트위터에선 누군가 웹캠을 달아 토마토 재배 관리를 Claude에게 맡기기까지 했죠. 비엔지니어 수요가 임계점을 넘은 걸 보고, 터미널 장벽을 없앤 Co-work를 8~9일 만에 100% Claude Code로 만들었습니다.
큰 그림은 이렇습니다. 엔지니어 vs PM vs 디자이너라는 낡은 구분은 올해 말이면 사라집니다. 한 가지 이상을 하고 싶은 사람에겐 지금이 제너럴리스트의 황금기입니다.
4. 실시간 추론 대신, 코드로 미리 계산한다
개발자가 새겨둘 설계 관점이 하나 있습니다. 계산을 언제 하느냐는 문제예요. 매 추론마다 실시간으로 풀 수도 있지만, 모델에게 프로그램을 한 번 짜게 해두면 그걸 반복 실행하는 건 거의 공짜죠. 요즘 chat 창의 Claude만 봐도 그렇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시키면 알아서 코드를 짜서 돌리고 UI까지 렌더링해주죠. 가능한 한 이쪽으로 밀어야 합니다. 다만 무엇을 미리 계산해둘지는 결국 모델이 정합니다.
이게 가능한 건, 모델이 소프트웨어로 존재하는 이상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자체가 코드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코드는 모델이 세상과 대화하는 자연어인 거죠. 초기 Claude Code에 bash 도구만 쥐여주고 설명을 안 했는데도, “지금 무슨 음악 듣고 있어?”라고 물으니 스스로 AppleScript를 짜서 음악 플레이어를 열고 답하더군요. Sonnet 3.5 시절, 코드를 쓰고 도구로 세상과 부딪히는 건 모델이 원래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는 걸 본 순간입니다.
5. 20년 경력보다 신입이 나은 순간 — 버려야 할 습관들
Anthropic에선 거의 모두의 직함이 그냥 ‘Member of Technical Staff’입니다. Slack으로 말 거는 상대가 엔지니어인지 디자이너인지 매니저인지 알 수 없다는 단점은 있죠. 그래도 저는 이 방식이 좋습니다. 시니어 직함이 붙으면 나쁜 아이디어도 예우 때문에 그대로 통과되기 쉽거든요. 직함을 납작하게 눌러 모두를 같은 출발선에 세우는 겁니다.
제가 Facebook에서 L4 신입이던 시절, 제 직급도 모르는 VP에게 곧장 아이디어를 들고 갔습니다. 두 번은 깨졌지만 세 번째가 통해 팀을 꾸렸죠. 직함이 안 보였기에 위계를 건너뛸 수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연공서열은 점점 무의미해집니다. 20~30년 경력자는 버려야 할 습관이 많아 적응에 몇 달이 걸리는데, 신입은 오히려 저에게 Claude Code를 더 잘 쓰는 법을 알려주기도 해요. 이걸 네이티브하게 사고하니까요. 그렇다고 경력자만 다시 배우는 것도 아닙니다. 모델이 바뀔 때마다 저조차 매번 처음부터 감을 다시 잡아야 하거든요.
6. 창업자/기업을 위한 조언 — 토큰은 많이, 자원은 약간 부족하게
- 토큰을 최대한 많이 주세요. (AI랩에서 일하는 제 말이니 감안해서 들으세요.) Jensen Huang 말처럼 “많이 살수록 많이 절약한다”는 거죠. 사람들에게 토큰을 쥐여주고 실험하게 하세요.
- 모든 것을 약간 부족하게 굴리세요. 4명 필요해 보이는 일에 2명만 붙이고 토큰을 줍니다. 그러면 자동화할 거리를 찾아내고, 한번 자동화해두면 다음번엔 더 싸고 빠르게 됩니다. 이게 쌓이면 복리가 돼요. 그러다 토큰을 많이 먹으며 뜨는 use case가 나오면, 그때 들어가서 최적화하면 됩니다.
- 원칙을 문서로. 비즈니스에선 결정이 너무 많아서, 매번 즉흥적으로 정하지 않으려면 기댈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젠 사람만 원칙에 기대는 게 아니에요. 모델도 이 원칙을 씁니다. skills의 형태로요.
요컨대 사람은 줄이고 그 예산을 토큰으로 옮기는 겁니다. 선행 비용은 올라가지만 반복 비용이 내려가는, 일종의 프리컴파일이죠.
7. 취향(taste)에 대하여 — “내가 특별하다”는 감각은 늘 틀렸다
- 제 사례. 저는 함수형 애호가라 코드베이스에 “클래스 금지, 함수만” 규칙을 뒀습니다. 그런데 모델이 클래스를 쓰고 결과도 좋길래, “내 취향이 멍청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 규칙을 버렸습니다. “내가 특별하다”는 감각은 자주 틀린 것으로 판명됩니다.
- 다음 차례는 “제품 취향”. 지금은 product taste가 알파지만, 이것도 침식될 겁니다. 이미 수백 개의 Claude가 트위터, GitHub, Slack을 보며 다음에 뭘 만들지 스스로 찾고 있어요. 지금은 아이디어의 20%쯤만 좋지만, 3~6개월 뒤엔 대부분 좋아질 겁니다.
- 인간에게 남는 마지막 것. 저는 가치라고 봅니다. 아이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치듯, 우리는 모델에게 좋은 모델이 되는 법을 가르치게 될 거예요.